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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사이에서> (2020) - 엠마뉘엘 카레르/ 글.지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4-02-23 3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두 세계 사이에서> (2020) - 감독 엠마뉘엘 카레르/ 글.지니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은 동시에 돈 없는 삶의 본질을 민감하게 파악한 영화. 항구에서 밤새 일하고 맞이한 아침에 바다를 보며 휴식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인생처럼”이라는 문장이 이 영화의 주제를 압축해 말해준다. 

 유명한 작가 ‘마리안’(줄리엣 비노쉬)은 고용 불안을 주제로 르포르타주(실제의 사건을 보고하는 문학) 쓰기 위해 연고가 없는 프랑스 남부의 항구 도시 ‘캉’으로 이주한다. 그녀는 고되고 바쁜 하루 속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일상인 청소부의 삶을 체험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나이에 힘든 일을 하는 ‘마릴루’(레아 카르네 분), 세 아들을 키우면서 청소 일을 하는 ‘크리스텔’(헬렌 랑베르 분) 등을 만난다. 점차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잃어버린 채 그들을 대할 때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영화에 주로 나오지만 남자 노동자들도 소수 등장한다. 여객선 청소를 하는 현장에서 동료와의 대화 속에 ‘남성 노동자들은 화장실 청소는 하지 않는다’라고 노동 현장 안의 차별을 이야기한다.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구성들이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인 ‘크리스텔’에게 관심이 갔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 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마음으로 젊은 나이에도 홀로 세 아이를 키우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응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마리안의 생일을 챙겨주는 따뜻하고 정 많은 그녀 같은 삶을 사는 한국의 싱글맘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여성들이 아이를 경제적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직장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쟁 같은 일상을 보여주면서 일을 끝낸 뒤 볼링 치고 난 후 차 트렁크를 열고 동료가 준비한 음료로 가볍게 한 잔씩 하는 그들의 밝은 모습~~ ‘ 돈이 없어도 우린 즐거울 수 있어’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기억에 남은 장면이다. 

 주연을 맡은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칸 국제 영화제와 베니스 국제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모두 받은 최초의 배우라고 한다. 그는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두 세계 사이에서>의 마리안의 특성을 잘 살려낸다. <두 세계 사이에서>는 74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에 선정된 데 이어 69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줄리엣 비노쉬는 제48회 세자르 영화제와 제28회 뤼미에르상 여우주연상에 수상 후보가 되었다고 한다. 

 내용을 보면 우울할 것 같은 영화이지만 치열한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틈틈이 유쾌하고 낭만도 있는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두 세계 사이에서>를 여러분에게 추천해본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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