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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 (2019) - 안드레이 A. 타르코프스키/ 글.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4-03-05 27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 (2019) - 감독 안드레이 A. 타르코프스키/ 글.김수예





 여느 때와 같이,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아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만났다. 아니, 시인의 아들이 예술과 영혼을 그린다는 기대감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한껏 릴렉스되어 영화관을 찾았다. 그러나 거장의 영혼을 담아내기에 98분은 너무 짧았다. 
 압축된 ‘한생’의 예술을 따라갈 수 없었다. 관람전 다소의 스포일러(?)가 필요한 영화다. ‘기억은 기이한 감정적 구조물이다.', 도입부 내레이션의 일부다. 이후 타르콥스키의 삶의 궤적과 작품이 합을 맞춰 소개된다. 
 안드레이 아르세니예비치 타르콥스키(1932~1986)는 볼가강 유역의 마을 자브라지예에서 태어난 러시아 영화감독이다. 말년의 두세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소련에서 개봉되었다. 아버지 아르세니 알렉산드로비치 타르콥스키는 시인이었고, 어머니는 인쇄소 직공이었다. 그들은 안드레이가 4세 때 이혼했고, 안드레이는 어머니와 자랐다. 
 1954년 22세에 국립 영화학교(VGIK)에 입학, 졸업 작품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이 뉴욕 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2년 후 《이반의 어린 시절》 제작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의 작품에 대한 간략한 언급으로, 참고하면 좋겠다.

  "어른들이 무언가를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 때 아이에게 물어야 한다. 아이는 그 답을 완벽히 알리라."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 1960>). 그에게 스승은 로베르 브레송, 레프 톨스토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며, ‘광인’은 ‘아이’와 함께 세상의 본질을 응시하는 존재들이다.
 <이반의 어린 시절, 1962>은 전쟁의 비극을 그린 영화로, 정부로부터 선악 구도가 명백하지 않은 '파시스트 영화'라는 비난을 받는다.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반전 평화를 요구하는 양심 세력을 탄압하는 러시아 정부와 우익의 양태와 고스란히 겹친다. 안타깝다.
 <안드레이 류블로프, 1966>를 기점으로 소련 당국으로부터 '자본주의적이고 반동적인 예술 성향을 가졌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한다. 시간을 동결시키는 것이 영화라는 메시지를 덧붙인 <솔라리스, 1972>는 동명의 SF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거울, 1974>에 이르러서는, 영화라는 매체가 반드시 극적인 서사에 묶일 이유가 없으며, 예술의 궁극은 '시'적 형태를 취한다고 단언한다. 난해한 서술과 실험적 형식이 어우러지지만, 영화는 자유와 구원에 대한 고심을 초지일관 전개해 나간다.
 차기작 <노스텔지어, 1983>는 삶에 대한 호기심을 그리며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지만, 정작 소련 정부는 타르콥스키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벌인다. 영화제 참석 직후 그는 1984년 피렌체에서 귀국을 포기하고, 이후 파리에서 암으로 생을 마친다.
 <희생, 1986>은 스웨덴에 찍은 유작으로, ‘노스텔지어’의 진화로 설명된다.

 불우한 가정 형편, 소련 정부의 지속적인 탄압, 54세로 요절한 짧은 생애 속에서도 그리스도교적 주제 의식을 담은 탁월한 걸작들을 배출한 '영화예술의 순교자'다. 인류의 구원과 영혼을 탐구하는 주제 의식, 환상과 자기성찰, 물과 불로 상징되는 정화와 희생, 롱테이크를 통한 몽환적이고 명상적인 영상으로 영화를 철학의 반열로 끌어올린다. 
 게다가 누벨바그를 비롯한 여러 감독의 보편적인 언어인 몽타주와 미장센이라는 기법을 취하지 않고, 비논리적이지만 정직한 화면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을 파헤친다. 시청각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시간'을 체험하는 독특한 영화 미학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앞에도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이전 그의 작품을 미처 시청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예술가의 운명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대하는 그의 삶과 작품, 그리고 시인 아버지와 영화감독 아들 간의 감동적인 관계를, 그들의 아들이 담아내고 풀어내고 있다. 3대의 멋진 콜라보다. 그들에게 영화는 시고, 기도고, 놀랍게도 영혼의 자유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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