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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낙엽을 타고> (2023) - 아키 카우리스마키/ 글.미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4-01-05 5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사랑은 낙엽을 타고> (2023) -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글.미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제목이 얼마나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지 알게 되었다. 원제는 여서 직역하면 ‘낙엽’ 정도가 되겠지만 누군가인지 모를 이에게서 넘쳐나는 센스가 발휘되었나보다. <사랑과 영혼>처럼 아예 다른 제목은 아니지만, 영화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리뷰를 작성하는 지금, 이 순간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세상 사는 게 누구에게나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그걸 시작부터 파고든다. 주인공(안사)가 집에서 무언갈 유일하게 하는 행위가 라디오를 듣는 것이다. 라디오를 통해서 러시아 전쟁에 관한 파괴적 상황이 흘러나온다. 그것도 영화를 보다 보면 이유를 알게 되겠지만 그것이라도 해야 정적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 리뷰를 쓰는 지금 든 생각인데 집안에서 라디오 소리 말고 아무 소리도 없는 이유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지 은유적으로 표현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반대로 집안의 색감은 아주 생기가 넘친다. 안사의 퍼스널 컬러가 밝은색이어서 잘 어울리는지 몰라도 거의 밝은 옷을 입는다.

 이와는 반대로 남주인공(홀라파)은 ‘칙칙함’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입으로 상남자라고 떳떳하게 얘기하는 것치곤 여자에게 있어선 완전 애송이인 홀라파는 술 때문에 망가져 간다.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이 오로지 일과를 마치고 술을 마시다 지쳐 잠드는 게 전부인 그가 어쩌다 우연히 친구 따라간 클럽에서 안사를 만나면서 조금씩 맘속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결국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영화가 가진 분위기가 그 끝을 말해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영화가 재밌고 사랑스러운 포인트는 해피엔딩이라는 것에 있지 않다. 적재적소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노래와 상황들. 절대로 녹록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한다. 소소하게 터지는 유머가 맘속에 살랑살랑 바람을 불러일으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생각하게끔 만들지만,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현실을 기반에 두고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7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라는 소식은 영화를 보고 나서 팸플릿을 본 이후에 알게 되었다. 일말의 의심도 없는 이해할만한 수상이었다.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영화의 모든 요소요소가 다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할 부분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해서 허투루 쓰는 장면, 장치들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 되니 감독으로서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가늠이 안 된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유와 그런 상황에 있는 주인공들을 가지고 이렇게 살랑살랑한 마음이 드는 로맨스 영화로 탈바꿈시킨 감독은 상 받을 만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전혀 무겁지 않으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낙엽 같은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절망적인 이와 반대로 정말 극적인 절망을 안겨줄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만희 감독의 1968년작 <휴일>을 추천해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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