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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 (2022) - 황윤/ 글.박정아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06-28 7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수라> (2022) - 감독 황윤




 대한민국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고 바닷물을 막으면서 갯벌에서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던 수많은 조개와 게들, 때가 되면 돌아와 짝짓기하고 머물다 돌아가는 철새들, 생활 터전을 잃어버리고 방황해야 하는 어민들. 갯벌을 지키고 있던 누구도 반기지 않았던 개발이었을 것이다. 

 <수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많은 갯벌이 사라졌고,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과 이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오래전 갯벌에 관한 영화를 만들다 포기했었다. 몇 년 후 군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우연한 기회에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만났고, 이곳에서 수십 년간 갯벌을 살리고자 살아남은 생명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을 만나 다시금 갯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들의 기록은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희망의 끈이었다. 동필은 자신이 새만금의 갯벌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갯벌에서 도요새의 황홀한 비행을 목격한 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것이라 말하고, 승준 또한 자신이 보았던 갯벌의 장관을 다음 세대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사단 활동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영화는 수년간의 기록으로 경이로운 갯벌의 전경과 아름다운 생명체들의 영상을 감상하기에 좋았지만 보는 내내 많은 감정을 느끼게도 했다. 물막이 공사 완료 후 들어오지 않는 바닷물을 기다리다 갑작스러운 비를 맞고 단체로 입을 벌리고 폐사한 조개더미 장면은 충격적이었고, 기적처럼 살아남은 멸종위기 흰발농게의 꿈틀거림과 검은머리쑥새의 지저귐은 감동적이었으며, 개발에 반대하고 해수 유통을 외치며 삼보일배로 항거하던 성직자의 통곡에 덩달아 울컥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수라>를 보기 전에는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나였지만, 동필의 말처럼 갯벌의 아름다움을 목격한 죄로 마지막 남은 갯벌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의 불씨가 생긴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한다면 감독을 비롯한 수라 갯벌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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