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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3) - 하마구치 류스케/ 글.미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4-04-09 27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3)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글.미티




[“그럼 사슴은 어디로 갈까?”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에 글램핑장 설명회가 열린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로 인해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에게 소동이 벌어진다.] 가 이 영화의 모든 줄거리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은 짐작으로만 파악이 될 뿐 이해하기가 어려운 영화이다. 과연 내가 뭘 본 것일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엄청나게 긴 호흡과 아주 짧은 대화들로 인해서 글램핑장 설명회말고는 대화를 듣는것도 쉽지 않았다. 글램핑장으로 인해 주민들은 지역의 자연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지만 글램핑장을 설립하려는 업체측은 물러섬 없이 설득을 거듭할 뿐이었고, 그로 인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대화야말로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왜냐면 대사자체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있어도 정말 쓸모도 없어보이는 대화이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대답이 모두 반말 형식이라 더 끊어지듯 대화가 짧아졌다. 일본이란 나라는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이기에 처음 보는 사람이나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끼리도 존댓말을 쓰는데 이상하게 주인공은 처음보는 사람에게 서슴없이 반말을 한다. 이상하단 생각이 들지만 그의 냉소적인 말투는 마을주민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기에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와 반대되는 긴 흐름은 오히려 균형을 이루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묘하게 나도 마을사람중 한사람이 된 듯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용한 마을에 소소한 긴장감을 주는 존재 마냥.

영화가 점점 중반부를 넘어가게 될 즈음 제목에 대해서 의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했으나 분명하게 마을에 피해를 입히는 쪽이 악인게 확실하고 주민들은 악에게 피해를 받을 것이 뻔한데 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을까. 영화가 끝나더라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과연 결말의 상황이 마을에 악을 처단해준 것일까? 아니면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인가는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리뷰를 쓰다보니 제목에 대해 조금 이해가 간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장면들이 상반되게 넘어갈때가 많았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정적인 곳에선 정적인 것이 옳은 것이고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곳에선 생동감이 넘치는 활기찬 분위기가 옳은 것이니 과연 이 둘이 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악이라고 어느 곳을 하나 지칭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글램핑장 설명회에서 균형이란 말이 등장한다. 그리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균형과 선은 참으로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선을 양쪽에서 균등하게 당겨야 끊어지지 않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듯이 우리는 이러한 균형 안에서 나름의 양보를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한쪽이 과하게 당기면 선은 끊어져 버릴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피해를 본다. 자연과 도시, 크게 봐선 인간과 자연은 이러한 사이처럼 균형이 중요하다. 

지금껏 인간은 인간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해왔다.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악이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 면들이 악이라고 명시하는 쪽이 어느 쪽이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리뷰를 쓰면서 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공허하고 숨소리로 꽉찬 엔딩이였나 보다. 처음과 똑같이 수미상관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처음엔 그저 밝고 시원해보이기만 했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주는듯하다.

굉장히 주관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영화이고 실제로 감독도 그런 여지를 주고자 해석하기 어렵다는 느낌을 냈다고 한다. 리뷰를 마무리하는 지금도 겉핥기식으로 내 주관이 들어간 해석이지 각자의 해석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래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균형을 이룬다는 말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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