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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EO> (2022) - 예르지 스콜리모브스키/ 글.박옥자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0-18 63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당나귀 EO> (2022) -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브스키


당신들의 복지




 잘되기를 바라며 행한 일이 오히려 당사자에게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서커스단에서 공연하는 당나귀 EO(주인공)가 그랬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라는 명목으로 EO는 서커스단을 떠나게 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단원과 원하지 않은 생이별을 한 EO는 위험과 시련이 도사리는 고난의 여정을 시작한다.
 동물보호 차원의 ‘구조’가 ‘동물’이 누렸던, 고단했지만 공연 후 그나마 가졌던 편안함과 청결함의 복지에서 영영 멀어지고 만 것이다.

 서커스단 밖, 절대 순탄치 않을 미래를 암시하는 어두운 숲을 한동안 헤매던 EO는 파도에 휩쓸리듯 인간세계에 섞이게 된다. EO가 마주하는 매 시퀀스마다 다양한 인간군상과 자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훈훈함과 잔혹함이 함께하는 모든 일이 EO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때로는 EO의 시점에서, 때로는 3인칭 시점에서 보이는 화면은 대사로 표현되진 않지만, 순간순간 EO의 감정에 공감하고도 남음이다.
 말 못 하는 당나귀가 주인공이다 보니 대사보다 중요한, 화면이 전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려면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가 없는 영화이다.

 화면은 강렬한 색조와 음향을 더하여 다양한 연출 기법으로 마음속에 울림을 전한다.
 인간과 교감하는 따스한 동물 이야기, 당나귀가 전하는 인간의 미담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감정이 없는 생물체, 무책임하거나 오락의 대상으로, 심지어 동물복지마저도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이랄까.
 감독은 동물들에게 행하는 무자비한 폭력, 무관심, 동물복지는 외치지만 육식은 다른 문제로 인식하는, 동물에게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이중적인지를 보여 준다.

 자연다큐 같은 느낌의 영화 속 풍경은 세밀화를 감상하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섬세한 묘사로 메시지를 전한다.
 촬영을 진행할 때 동물들과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는 엔딩자막은 감독이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제작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주변의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가축의 눈동자라도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동물의 눈동자가 얼마나 순수하고 해맑은지 알 것이다.
 희로애락을 담아낸 주인공 EO의 커다랗고 순한 눈망울이 아른거린다.
 배급사에서 제공한 영화 포스터를 챙겨왔다.

 ‘EO! 네 꿈이 이루어지길 빌게’ 영화 속 대사를 읊조려 본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박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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