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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스 비디오> (2023) - 데이비드 레드몬/ 글.지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0-06 64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킴스 비디오> (2023) - 감독 데이비드 레드몬


영화가, 영화를, 구원했다!




 1990년대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외출도 힘들게 할 때였다. 동네에 ‘둘리 비디오’라는 가게가 있었다. 아이 때문에 꼼짝 못 하는 내가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는 아이들 잘 때 영화 한 편씩을 보는 거였다. 비디오 한편 빌리는데 1,500원이고 하나를 빌리면 서비스로 지나간 영화를 하나씩 끼워주는 센스가 있는 주인 언니 덕분에 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추억의 비디오’라는 이름이 들어간 <킴스 비디오>라는 영화를 내가 꼭 보고 싶은 이유였나보다. 이 영화는 ‘킴스 비디오’를 사랑해서 영화까지 만들게 된 두 감독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980년대 25만여 명에 이르는 회원을 보유했던 전설적인 비디오 대여점의 이름이 '킴스 비디오'다. '용만 킴'이라 불린 한국인 김용만 씨가 1986년 창업한 이곳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엔 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11개의 체인점까지 낼 정도로 뉴욕의 명소였다. 그 이유는 그 당시 미국의 영화 애호가들이 찾아보기 어려웠던 유럽이나 아시아 또는 제3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 등 시중에 없는 작품들을 모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비디오가 아닌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자 ‘킴스 비디오’도 문을 닫게 된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 시네필들의 성지 ‘킴스 비디오’의 단골이었던 데이비드 레드먼 감독은 아내인 애슐리 사빈 감독과 함께 킴스 비디오가 폐업 후 남긴 비디오 약 5만5천 편의 행방을 찾는 과정을 킴스 비디오에서 일했던 직원들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도시 살레미에 비디오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08년 당시 살레미 시장은 킴스 비디오의 소장품을 보관하면서 비디오 대여, 디지털화, 문화 축제 등을 약속하고 협약식도 맺었다. 하지만 2017년 찾은 살레미의 킴스 비디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화재나 다름없는 비디오들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두 감독은 비디오들을 옮기기로 한다. 여기에서 감독은 그동안 본인이 봤던 범죄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어 가짜 영화 시나리오와 기획안을 만들어 살레미 시장에게 전달한다. 그리고서 익명의 친구들과 함께 알프레드 히치콕, 아네스 바르다, 찰리 채플린, 성룡 등의 가면을 쓰고 창고에 잠입해 무게만 총 780㎏이 넘는 비디오들을 빼돌린다. 

 선댄스 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으며 한국에서 최초로 영화 개봉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김용만 씨가 기자간담회에서 "황당하면서도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라며 “감독들이 저하고 굉장히 똑같은 방법으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주인 없는 저작권을 거의 훔치다시피 해 (복제품을 만들어 빌려주며) 가게를 차별화했다"라며 "우리의 창업 정신은 배급사의 상업적인 이유로 감독이 만든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없는 일을 막자는 것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흐뭇한 결론이 우리를 기다린다. 버려졌던 비디오들이 뉴욕에 보금자리가 만들어졌고, 살레미의 영화제 ‘씨네킴 페스티벌’은 오디세이(Odyssey, 귀향의 여정)라는 콘셉으로 2022년부터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게 된 비디오의 귀환이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기쁘고 뉴욕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새로 만들어진 ‘킴스 비디오’를 방문해보고 싶다. 감독이 중간마다 넣은 영화 56편들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두 감독이 6년 동안 정성껏 만든 <킴스 비디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기를 추천해 드린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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