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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메모리> (2023) - 마이테 알베르디/ 글.미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0-06 61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이터널 메모리> (2023) - 감독 마이테 알베르디





 아침에 침대 위에서 눈을 뜬 노인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세상 무엇보다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로 결혼하고 늙을 수 있다면 이런 모습이 되고 싶을 정도로 부러운 부부이다. 그러나 그에겐 치명적 문제가 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그의 아내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도 알아보지 못해 거울 속 자신과 싸우기도 한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속은 찢어진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그가 잃어버린 부분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을 해 두기로 한다. 잠시나마 온전한 그가 자기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게. 

 그는 칠레의 군부 독재를 기록하고 세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동료들과 합심해 민주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과거의 시간을 단지 기록하는 행위의 지나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얘기한다. 그간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겪은 고통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게 경계하고, 복기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져가게 하는 게 나의 목표이다라고. 기억을 잃어가는 그가 겪어온 일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칠레라는 나라에도 군부 독재를 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싸워 이겨서 얻어낸 자유가 얼마나 값지고 귀한지 알 것이기 때문이다. 잊지 않고 반복되지 않기를 원해 기록을 하였으나 자신의 기억은 온전치 못한 상황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망각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한다. 고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하지만 모든 건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의 모습을 담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글자와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과 고통, 슬픔과 기쁨, 삶의 애환은 감히 깊이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슬픈 일이라면 깊이 애도하고 즐거움이라면 같이 기뻐하며 공감할 뿐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걸 얘기하고 싶다. 기억할 일이 있을 때면 눈을 감고 그들이 되어 한 번 더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고.


- 관객동아리 씨네몽, 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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