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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아침> (2022) - 미아 한센 러브/ 글.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3-10-06 65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어느 멋진 아침> (2022) - 감독 미아 한센 러브


남루한 현실의 안정과 짜릿한 낭만의 불안, 인생의 두 기둥을 이어주는 아침의 희망




 산드라는 몇 해 전 남편을 잃었다. 여덟 살 먹은 딸을 키우며 통역사로 지켜내는 파리의 일상은 분주하기만 하다. 여기에 철학 교수로 건재하던 아버지가 내보이는 급격한 변화는 커다란 걱정거리이다. 기력은 쇠하고, 시력은 크게 약화하여 독자적 보행이 어려워진다. 일생을 ‘사고의 명료함’을 추구하며 살았던 사람이, 이제 모든 기억의 모호함으로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이제 신경퇴행성 질환인 벤슨 증후군이라는 공식 진단명을 부여받고,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한 시설로 몸을 옮겨야 한다. 중위 수준의 수입에 의존했던 평범한 시민으로서, 공립 요양원으로의 이전을 위한 상당 기간의 대기 동안, 아버지는 몇몇 시설을 전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이혼한 부인인 엄마로부터 냉정하고 침착한 조언과 조력을 받으며, 산드라는 아버지를 돌본다. 그러나 서서히 사그라드는 지혜의 촛불을 붙들고 있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애착으로 반기는 대상은, 이혼 후 함께 해왔던 여자친구이다.

 한편, 오랜 친구지만 특별한 관심은 없는 사이였던 클레망은, 혼자가 된 산드라에게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어투로 말한다, "누구든 사랑할 권리가 있어". 드디어 뜨거운 눈빛을 점점 더 가깝게 쏘아대며 다가오는 클레망의 입술을 그녀는 격렬히 접수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몸과 마음이 온통 생기로 떨리는 시간은, 주말에만 한정된 것이다. 나머지 시간 동안 클레망은 자기 아내와 아이들에게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방치된 정부’로서 자괴감으로 위축되고, 질투와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지만, “너의 몸에 홀딱 빠져있다”라는 클레망의 귀환을 산드라의 몸은 언제든 반기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자신에 대한 격정적 열정의 몸짓과 신뢰로운 사랑의 언사를 교차시키며 오가던, 클레망의 최종 철수를 감내해야 했다. 

 분주함과 혼란 그리고 상심의 한가운데에서, 산드라는 아버지 거처의 서재에서 찾은 책 속에 끼어있던 노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무기력화되어가면서 음악과 책을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절망을 거부하던 한 영혼이, 글쓰기를 통해 병을 딛고 일어나겠다는 다짐을 담은 글을 남긴 것이었다. 바로 ‘어느 멋진 아침’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이 대목에서 사실상 다큐멘터리와 같은 건조함으로 산드라의 일상을 담아대던 카메라는, 약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거의 유일하게 극적 조작을 감행한다. 바로 전날의 온갖 혼란과 좌절을 흔적으로만 남기고, 이제 모든 것을 재설정하는 순간인 새 아침! 

 경직된 구조의 틀 안의 논리적 인과적 흐름 속에서 현실이 내포하는 필수적 일상 요소들의 나열을 견디면서, 도약과 일탈이 허용하는 짜릿한 만족과 불안정한 환희의 낭만을 꿈꾸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현실’과 ‘낭만’은 이분법적 대립의 관계가 아닌, 우리네 삶의 근간과 그 풍요화라는 가산적 조화의 관계를 구성할 수 있고, 이는 우리가 삶의 의미를 어떻게 주시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어느 멋진 아침>이 ‘남루한 반복’이라는 인생의 폐쇄회로를 ‘어느 멋진 아침’에서와 같은 희망 단추로 리부트해볼 것을 권하는 방식은, 과장이나 집중 혹은 과도한 정서화 등 일체의 극적 조작을 사양한 정직한 영화가 제공할 수 있었던,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화법으로 이루어지는 진솔한 설득이 그것이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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