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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1978) - 마이클 치미노/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7-15 125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디어 헌터> (1978) - 감독 마이클 치미노


 
 

 미국이란 나라를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로마 시대 이래 최고의 패권 국가임이 분명하지만, 미국인들 개개인들의 가정이나 지역의 커뮤니티를 이해할 기회는 흔치 않고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경우 국경일에도 국기를 거는 가정이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잠깐이라도 평상시의 미국의 일반 주택가를 관심 있게 관찰하다 보면 항상 성조기가 걸려있는 집들이 눈에 띈다. 

 물론 서구의 많은 나라도 그런 면이 있지만 유독 미국인들의 자국 사랑은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깊고 강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월남전이 끝나고 몇 년 뒤인 1979년 개봉하여 엄청난 흥행과 각종 상을 쓸어 담은 <디어 헌터>는 반전 결말로도 잘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미국인들의 지독한 미국 사랑이다. 사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씁쓸함도 강하게 느껴진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에게 엄청난 유명세와 경제적 성공을 가져다준 <디어 헌터>이지만, 이런 놀라운 성공은 곧 이후 만든 작품들의 사상 유례없는 연속 실패로 할리우드에서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필자에게 그럴 개연성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 감독의 진정성과 역량에 대해 무언가 의문을 품게 하는 면이 느껴졌다. 

 세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중 초반 한 시간 십여 분까지는 나름 칠십년대 미국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좋은 느낌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소도시의 결혼 파티 장면과 사슴 사냥 이야기에 진하게 배어있는 고향 사랑과 다섯 미국 청년의 우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베트남 전쟁이 화면에 등장하고 베트남에서 죽은 친구를 추모하며 미국의 찬가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까지의 두 시간여는 억지로 맞추어져 가는 퍼즐을 보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 현기증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람보 스타일의 미국식 영웅주의와 시골스러운 순박함에 쌓여 있지만, 미국 중심의 철저한 애국심이다.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거야 당연하고 그 사랑이 대개는 참 이뻐 보이지만 이른바 ‘전쟁’이라는 ‘다른 나라와의 살육’을 매개로 하며 논해지는 것이라면 그리고 거기에서 ‘인간 존중’과 ‘애국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연출은 좀 더 세심하고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대 가장 기억되어야 할 작품으로 꼽히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2022년에 본 <디어 헌터>에서는 어떤 씁쓸함도 느껴지는 면이 있는 영화였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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