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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 (2020) - 서동일/ 글. 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7-07 271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니얼굴> (2020) - 감독 서동일


스크린으로 그린 사랑스러운 앳된 순수의 ’니얼굴‘




 그녀는 외모로부터도 시선을 잡아끈다. 작은 키에 비대한 몸집을 축소한 듯한 윤곽을 가진 얼굴은, 눈 코 입의 세부 사항들에서 균형과 조화의 미덕을 다소 양보한 듯하다. 그런데 늘여진 생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양 눈 발 표정은, 시종일관 무언가 투명함을 담고 있었다. 
 
 오늘 나들이 시 기대하던 도시락이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는 엄마의 전언을 불만스럽게 접할 때도, 자기 얼굴을 맡기는 손님들의 요청이 연이어 그녀의 손을 쉬지 못하게 함에 속박과 피로에 붙잡혀 있을 때도,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읊조리며 우수 어린 무드를 자아낼 때도, 한 장에 얼굴을 두 개 포함하면 얼마를 받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도, 오만 원 한 장을 받고 만오천 원 그림값을 빼고 얼마를 돌려주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도,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야! ‘의 리듬을 크고 경쾌한 손동작에 실어 표현해낼 때도, 무엇보다 사진 속 ’니얼굴들‘의 특징을 매섭게 포착하여 연필의 각 선으로 옮겨나갈 때도, 이 보드란 양배추 모양의 얼굴이라는 캔버스에 새겨지는 표정들은 그저 ’앳된 순수함‘이었다. 

 다른 목적의 쟁취를 위한 정교한 기획도, 주변의 상황을 참고하여 자신의 이익에 반영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타인을 향한 그 어떤 악의스러운 관심도, 현재 혹은 미래의 불확실한 요인들에 대한 온갖 억측으로 자신을 스스로 불편하게 하는 성향도, 이 ‘앳됨의 순수’에서는 사라져 있었다. 평범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사용하는 어리석은 전략들이 부재한 것이었다. 상황이 기대와 다르게 흐를 때 그저 그녀가 내뱉는 짧은 어구는 “허, 참!”이었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확인될 때 그녀가 주변에 전하는 엽서는 ‘배시시’ 지어내는 웃음이었다. 
 
 북한산 강줄기를 끼고 길게 늘어선 프리마켓의 한 부스를 차지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고쳐주는 대신 간결하고 특징성 있게 재현해주는 그녀는, 그 강력한 감수성으로 삼 년 동안 이천 장의 캐리커처를 낳았단다. 영화는 바로 이 정은혜 작가의 건강하고 푸근한 성장담을 담아내었다. 그 많은 보통 사람들의 ‘니얼굴들’을 살아나게 하던 그녀가 지어내던 그 ‘앳된‘ 얼굴을, 팔십여 분간 커다란 사각의 캔버스에 그려내던 카메라는, 결국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니얼굴‘을 그려내고 있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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