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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럭 뱅잉> (2021) - 라두 주데/ 글. 허회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8-05 108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배드 럭 뱅잉> (2021) - 감독 라두 주데





라두 주데 감독은 영화에서 집시, 유대인, 그리고 여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역사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도 그 흐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인 에밀리아 칠리비우가 남편과 섹스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았다. 그리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총 3부에 걸쳐 영화는 이어진다. 1부 ‘일방통행’에서는 칠리비우가 교장을 방문하기 위해 걷는 여정이 지루하리만치 세세하게 나열된다. 2부 ‘일화, 기호, 경이에 관한 소사전’에서는 A에서 Z까지 각 알파벳 첫 글자로 시작되는 단어 71개에 대한 감독 나름의 해석을 보여준다. 감독의 독특한 또는 공감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3부 ‘실천과 빈정거림(시트콤)’에서는 칠리비우와 학부모와의 단체 면담, 사실은 그녀가 음란한지 아닌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양자 사이의 치열한 논쟁과 그 결과에 따라 교사 생활을 계속 허용할지 그만두게 할지 투표로 결정하는 자리가 펼쳐진다.

 부부간의 섹스에서 이뤄지는 행위들에 대한 평가, 그를 담은 비디오가 인터넷에 유포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유포된 당사자에게 책임 지우는 논쟁이 2021년에 제작된, 동시대를 살아가는 루마니아에서 펼쳐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이라는 것이 시대와 지역 그리고 개인의 경험치 등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하여 절대적이라 할 수 없으면서도 한 인간이나 집단을 강력하게 구속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와 같은 장면을 분출하던 때가 그리 오래전 같지 않으며, 성에 대한 이중성과 위선은 아직도 짙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더욱더 이러한 논쟁의 장에서 혼자, 힘겹게 그러나 매우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모습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에 칠리비우가 우리가 봐왔던 다른 영화의 영웅처럼 변해서 포효하며 자신들을 심판했던 사람들을 그물에 가두는 모습은 속이 시원하면서도 그녀가 갇혀 있는 세상의 위선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매우 답답하였다.

(+ 청소년 관람 불가지만 제아무리 성인이라도 우리나라 심의 규정에 맞게 감독이 직접 수정했다는 버전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무삭제 버전은 영화제, 특별전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둘의 차이가 과연 무엇이라고 그런 기회에서는 볼 수 있고, 일반 상영관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도 역시 깨졌으면 하는 답답한 틀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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