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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 (2015) - 하마구치 류스케/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2-02 359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해피 아워> (2015)  -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2020년에 한국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의 화제였다면, 2021년은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단연 돋보인다. 어려운 코로나 상황에서도 전주인의 문화적 열망을 위해 꾸준히 자리하고 있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의 올해 초 개봉작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물론, 몇 년 전 개봉 당시 화제였던 <해피 아워>를 함께 볼 수 있음은 너무 ‘해피한 시간’임이 분명하다.

 <해피 아워>는 일단 5시간 27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길었던 영화가 9시간 정도의 <인간의 조건>이란 일본 영화이고 다음이 4시간이 좀 넘는 대만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살인사건>이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시간을 내어 찾은 영화관에서의 관람은 결코 지루하거나 혼란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어쩌면 영화가 더 길어져서 영화 속 4명의 여주인공의 삶의 속살을 더 응시하고 싶은 맘마저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특히, 전문 배우가 아닌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어 2015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공동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네 명의 여주인공의 자연스레 살아있는 연기는 흉내 불가의 영역이었다.
 
 영화는 삼십대 후반에 이른 네 명의 여성들의 신변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에게 외면받는 걸 절대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의 이혼녀인 간호사 아카리, 중학 동창인 공무원의 아내로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내성적인 주부 사쿠라코, 남편이 하는 출판 기획 일을 도우며 사는 깔끔하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의 후미, 그리고 생물 연구자인 남편과 살아가는 밝고 섬세한 성격의 준…. 영화의 구성은 이렇게 각기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진 친구 네 명이 겪는 일상들과 네 명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 요가 워크숍과 출판 낭독회, 그리고 준의 이혼소송과 실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메라는 부부 사이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추며 관객 스스로가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초반부와 중반부에 거의 삼십여 분 이상씩을 할애하며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 같은 분위기의 워크숍과 낭독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대비되는 통찰을 보여준다. 서로의 배에 귀를 기울이며 뱃속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힘에 기대어 함께 일어나는 장면을 보여 주는 워크숍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상을 보여 준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도 솔직한 감정의 표현 없이 아쉬움과 열망을 삼키며 태연하게 영위하는 일상을 다룬 낭독회에서는 사람과 사람 관계의 현실을 보여 준다. 

영화는 이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품고 있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하는 데에 각기 개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차이와 갈등이 있는지를 보여 주며 질문한다. 당신의 진정한 ‘해피 아워’는 언제일까? 다섯 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을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출하며 해답 없이 이 질문 속에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력에 마음 깊이 찬사와 경의를 표한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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