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태어나길 잘했어> (2020) - 감독 최진영
춘희,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되었다. 외삼촌 댁에서 같이 살게 된다. 그 집에 들어간 순간부터, 춘희가 머물 방을 어디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을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춘희의 눈치 보는 생활은 시작된다. 결국 몸 하나 누이면 딱 일 다락방에 머무는 신세가 된다.
가족은 과연 핏줄을 나눈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런 가족은 과연 핏줄을 빼면 무엇으로 또 연결되는 것일까? 핏줄을 나눈 사람들도 아닌데 그야말로 가족처럼 함께 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인 걸까? 세상에 혼자인 거 같을 때도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빠져들게 한 상황이었다.
춘희는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내가 왜 태어났을까? 죽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기 쉬운 삶으로 보인다. 그러나 춘희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모습이다. 성인이 된 후에도 춘희는 그 집에, 다락방에서 산다. 혼자서. 마늘을 몽땅 까서 식당에 판돈도 열심히 모으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벼락을 맞게 되고 그 이후로 어릴 적 춘희가 주변에 나타나게 된다. 어릴 적 춘희는 현재의 춘희 삶을, 성인이 된 춘희는 어릴 적 춘희의 삶을 서로 들여다보게 된다.
소외되고, 배척되고, 이 세상에 기댈 이 하나 없어 보이는 춘희에게도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말을 하는 때가 올 수 있을까?
‘세상의 많은 외로운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취지는 잘 살려진 영화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해도 그 어떤 이를 구석으로 밀어내는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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