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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어디인가> (2021) - 요나스 포헤르라스무센/ 글. 레인맨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4-16 171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나의 집은 어디인가> (2021) - 감독 요나스 포헤르라스무센


삶의 공통분모 ‘집’에 관한, 우리 모두의 ‘알고리즘 역설’




 이 영화의 영문제목은 ‘FLEE'이다. 직역하면 ’난민‘이라는 뜻으로 ’집‘이 갖는 안락이란 의미의 고유적 상상외에, 그 ’집‘이 없다면 겪게 되는 불행의 서사적 현실 또한 반어법처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렇게 집(HOME)과 집(HOUSE)의 반(反) 유의미적 해석이 공존하면서도 영화는 좀처럼 전자의 온기가 가득한 ’홈‘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으려한다. 

 이 영화는 혼돈의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게 되는 ’아민‘가족의 엑소더스를 ’아민‘의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된다. 일련의 다큐멘터리 방식이라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실사 자료화면이 공존하는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감독의 연출기법은 여타 다큐멘터리와는 결이 다르게, 무언가 공감이 같이하는 듯하면서도 분명 다른 이질감들이 곳곳에 묻어난다. 

 홀어머니와 3남 2녀의 ’아프가니스탄 탈출‘의 일대기는 유럽 8개국이라는 영화 로케이션 촬영지의 숫자만큼 복잡 결연하며, 그에 수반된 많은 고통 또한 담아내는 인내의 과정이 그렇다. 아울러 그 안에 그려내는 장남의 희생과 불굴의 지원 노력, 그리고 주인공 ’아민‘의 소수자 성향(동성애)은 가족 구성원 이해충돌의 상반된 상황 역시, 집(HOME)의 의미가 갖게 되는 용서와 아량과 따뜻한 포용이 우선하게 되면서 뜻밖의 장면도 만나게 된다. 

 그렇게 ’기승전결‘을 떠나 숱한 다양성을 그려내면서도 스크린은 시종일관 낮은 톤의 빠르기, 라르고(Largo)를 지향한다. 집을 벗어나게 되면서 맞닥뜨리는 불편한 현실과 공포의 무게는 애니메이션의 질감 밖에서도 체감의 농도 자체는 결코 옅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역설적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집의 존재는 더욱 그립고 안타깝지만, 담담한 모놀로그 풍의 주인공 ’아민‘이 뱉는 회상은 결코 겉으로 꺼낼 수 없는 암묵이었기에 공감의 한 표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걸 반증이라도 하듯 영화는, 지난 2021년 제37회 선댄스영화제 수상(심사위원대상-다큐멘터리)을 시작으로 2022년 제56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수상(논픽션 영화상)과 같은 해의 제33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수상(다큐멘터리상), 제49회 애니어워드 수상(최우수 독립 장편-애니메이션)을 받았다. 이렇게 다수의 영화제가 주목한 것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집‘이 주는 의미에 대해 재해석의 우선적인 강조와 가족이란 개념이 세상 물적 기준의 그 어떤 가치보다 높다는 것을 뜻한 건 아닐까? 
 
 비교적 길지 않은 89분의 러닝타임 속에서 이뤄지는 한 가족의 탈출 생애와 해피엔딩으로 흐르는 영화의 결 사이사이 행간마다 문득 묻어나는 무채색 휴머니즘은 간결하다. 그 간결함의 배경에 얼룩진 피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지만, 억압과 부패와 고립을 관통해내는 삶의 한순간들은 피보다 진했던 상처의 흔적들이기에 더욱 숭고한 것이리라 생각된다. 생의 알고리즘은 각자마다 다양한 삶의 DNA를 가지고 있겠지만, 원초적 의미의 ’집‘이 갖는 평온과 안락함의 의지는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한 본연의 ’홈‘을 아직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종의 메시지로써 영화 자체의 줄거리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반면교사로서의 ’집‘에 대한 각성 또한 “나의 집은 어디인가”를 되묻듯, 동반된 카타르시스는 흑백의 엔딩크레딧이 꽤 오랫동안 지속됨에도 영화의 잔영 때문에 좌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 익숙한 내 ’집‘의 이유가 새롭게 보이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강추‘의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레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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