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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버진> (2019) - 호나스 트루에바/ 글. 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3-29 190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어거스트 버진> (2019) - 감독 호나스 트루에바





  8월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느 시인은 한여름 더위에 갇혀 시가 제일 잘 써진다고 한 적이 있다.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가 없다. 존재하기에도 지치는 한여름은 내게 쥐약 같기 때문이다.
  주인공 에바에게 8월도 그 시인과 같았을까?
  휴가라는 물리적 시간이 그 가능성을 높였을까?

  완벽한 여름이었다. 번성의 여름, 자신을 찾아가는 15일간의 여정.
  너무나 근원적이어서 어려운, 첫 단원을 넘기기 어려운 자습서처럼 지루하기까지 한, 자기 찾기의 과정을 담백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현재의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두 휴가를 떠나는 8월 성모승천대축일 축제(전통)가 열리고 있는 마드리드의 일상에 에바는 남는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분리하며, 현재의 자신을 일기에 쓰고 다짐한다.
  그럼으로써만 무한한 타자와의 접촉으로, 나 자신을 확장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처녀 여신 헤스티아, 아테나, 아르테미스에서부터 기독교의 성모 마리아를 거쳐 오늘의 순결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 '처음'을 결코 여자에게 국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매 순간이 virgin이다. 청년은 (과거의) 자신에 머무르지 않고 처음에 참여하며, 기존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누리는 존재다. 물론 숫자의 나이에 제한하여 말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당연하리라.

  투명한 컵에 물을 받아 꿀떡꿀떡 목을 넘기는 소리는 스페인의 8월을 거의 다 말해 준다.
  그 담백함에 살짝 멍해져서 그동안 본 스페인 영화를 더듬어 보았다. 2003년 작 <그녀에게> 그리고 2008년 작 <고야의 유령>, 그 정도였다. 앞으로 조금 더 챙겨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떠나지 않고 떠나는, 존재가 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방법, 여운. 스페인 영화의 형식이지 않을까 우선 헤아려 본다.
  인트로의 인상적인 음악과 색감 돋는 스크린은  새로운 '나'를 만날 채비를 대신해 주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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