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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2020) - 슬로단 고르보비치 / 글. 나란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10-07 324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아버지의 길> (2020) - 감독 슬로단 고르보비치


비폭력 분노




 시작부터 영화는 평범함을 거부했다. 관객을 준비시켜주지 않았다. 아내가 화났다. 맥없는 딸을 끌고 어딘가로 간다. 아들은 뒤쫓는다.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세르비아의 어느 시골 허름한 공장. 남편 니콜라의 2년 전 체불 임금과 퇴직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휘발유를 몸에 뿌린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었다. 아내의 화는 더 큰 문제의 원인이 되어버렸다. 마을의 사회복지 공무원은 가난도 폭력이라며 아이들이 살기에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아내는 병원으로 아이들은 위탁가정으로. 비정규 일용직이지만 성실하고 과묵한 니콜라의 가정은 복지를 위해 해체되는 위험에 처했다.

 수도 베오그라드까지 300여 킬로. 복지부 장관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마음먹는 니콜라. 아버지의 길이다. 물과 마른 빵이 다인 끼니. 담요 하나 넣은 배낭이 집이 되는 길. 

 지역신문에 기사가 실리고 SNS 그리고 방송국 기자들까지.

 다행히 니콜라가 싸워야 할 상대는 부패한 관료였다. 위탁 아동 국가보조금의 20~30%를 노리는, 돈에 눈먼 공무원. 만약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이 내린 결정이었다면 훨씬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보다 어려운 상대가 어디 있겠는가. 

 영화의 곳곳에 마음이 가는 생각거리가 많았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남자가 폭력적인 세상에 화내는 방식에 대해서. 그의 방식을 비폭력 분노라 이름 붙이고 싶다. 

 당신, 세르비아 벌목공 니콜라. 아내도 당신 손을 잡아주었다. 훌륭하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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