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바쿠라우> (2019) - 클레버 멘돈사 필로 /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9-10 316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바쿠라우> (2019) -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로





브라질인 하면 먼저 현란하게 하체를 흔들며 환하게 미소 짓는 삼바의 여인들과 화려한 발재간의 날렵한 축구 선수들이 떠오른다. 아마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생각할 때도 케이팝 스타들의 멋진 안무와 화사한 미소 또는 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한류드라마의 주인공들 정도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나라나 민족을 가볍게 떠올리면 그들의 아름다운 환경과 다채롭고 화려한 문화가 생각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피와 눈물의 강을 지나오지 않은 민족이 어데 있으랴…? 우리 민족의 긴 역사만 생각해도 한반도 구석구석 원한 맺힌 피의 사연이 안 고인 곳이 어데 한 군데라도 있겠는가…?

  <바쿠라우>는 브라질인 그리고 남미인들의 피 맺힌 역사에 대한 진혼곡 같은 작품이다. 지나온 긴 역사에 대한 진혼의 굿을 ‘바쿠라우’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현재로부터 몇 년 후라는 시간적 배경 속에서 펼친다는 것부터 범상치 않은 기획이다. 거기에 진행하는 화법도 백인들에 의한 무차별한 파괴, 그리고 그에 대한 반항이라는 무거운 내용을 스릴러영화처럼 잔인하고 섬뜩함을 지니고 있지만 시종 가벼운 톤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오랜 시간 동안 뭔가 의아함과 생경함을 느끼게 하지만 130여 분의 상영시간이 끝나가는 시점에는 영화 속에서 말하는 “왜 당신들은 우리 땅에서 이런 짓들을 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브라질의 어두운 역사가 다가오며 가슴이 진하게 저려온다. 자신들을 파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백인을 생매장하기 전에 “당신도 한때는 좋은 사람이었을 거야, 당신에게도 어머니가 있었겠지”라고 읊조리는 노인네의 슬픈 목소리에선 진정한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 역사의 악순환 고리를 느끼게도 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는 첫 장면과 영화의 중간중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들이 이러한 인간들의 피맺힌 악연들을 더욱 낯설게 느끼게 하고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노랫소리는 침입자를 생매장하는 바쿠라우 사람들을 위로하는 진혼가처럼 들려온다.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비극적 폭력을 보며 남미의 침탈사와 숱한 제국주의의 식민지 강탈 그리고 우리나라의 광주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등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쿠라우에 울려 퍼진 진혼의 영령이 하늘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을 수많은 침탈받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주길 기원해 봅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습도 다소 높음> (2020) - 고봉수 / 글. 박정아 2021-09-22
다음글 <자마> (2017) - 루크레시아 마르텔 / 글. 최은경 2021-09-09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