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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 (2017) - 루크레시아 마르텔 / 글. 최은경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9-09 233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자마> (2017) - 감독 루크레시아 마르텔


곱씹을수록 풍미가 혹독하게 살아나서 감칠맛 나는 영화, 자마 (ZAMA)





 사실 영화 ZAMA의 플롯은 간단하다. 
18세기 스페인 식민지 남미 열대우림에서 치안판사 자마가 식민지 관료들의 권위와 가식의 부패한 삶에 동화되어가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면서도 무료와 절망으로 점점 욕망에 집착하며 타락하다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면 그게 그리 단순명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흔히 극장 문을 나서며 ‘그 영화 어때?’라고 물으면 사람마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재밌다/재미없다’ 둘 중 하나의 대답을 듣게 된다. 그런데 영화 ZAMA는 그 너머 또는 그사이의 대답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묘한 당혹감을 느꼈다. 무결점의 영화라더니. 그 카피를 인정도 무시도 못 하겠다는 심정이 사라지지 않은 채 몇 날 며칠 영화가 열대우림의 고온다습한 기후처럼 내게 들러붙어 있었다. 

 어쩜 감독은 그걸 노렸을까? 
열려있지만 결국 갇힌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 식민지 시대가 주는 불합리함과 불친절한 전개와는 대비되는, 치밀한 시적 화법처럼 전개되는 장면 장면을 115분 동안 다양하게 재구성시킨 불투명한 색채의 영화가 심장은 거치지도 않고 두뇌 속으로 침입하여 내 의식체계를 교란하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은 일상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 재료를 영화라는 냄비에 정교하고 능수능란하게 똑똑 썰어 담아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재료로 만든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 잔뜩 배고픈 채로 들어선 손님에게 툭 맛보라고 내놓는 요리사 같았다. 감독은 관객에게 낯선 요리가 담긴 접시를 거절할 새도 없이 건네받고 꾸역꾸역 배에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서 뒤늦게라도 소처럼 영화 한 장면 장면을 되새김질하여 영화 전체를 온전히 소화해 보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게는. 사실 영화 ZAMA는 다시 보며 곱씹을수록 풍미가 살아나는 대사, 소리, 장면들이 내포하고 있는 함축적 의미가 혹독하게 감칠맛 나는 영화였다.
 
 영화의 전반부 흙탕물 속에서 몸을 부딪치며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는 마치 자마 같았다. 강의 중심부에서 이미 밀려나 강둑을 서성이면서도 물속에 있고 싶어 비늘이 벗겨지고 살이 떨어져 나가는 줄도 모르고 평생 죽을 때까지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위풍당당해 보이는 자세로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희망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단정한 제복 차림의 자마의 모습은 영화의 초반부터 이면의 모습들을 드러내다 후반으로 갈수록 나약하고 남루해지다 못해 끝내 비참해진다. 두 손이 잘린 채 수초로 가득 차 바닥이 보이지 않고 나아가기도 힘들 것 같은 열대우림의 강물을 가르며 느리게 움직이는 나룻배에서 깨어난 자마! 그리고 그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소년이 살고 싶으냐고 해맑게도 묻는다. 법률가이자 판사이고 겁이 없던 자라 검을 빼지 않고 정의를 행했고 늦게 태어나 죽지도 못하고 지독히 외로운 자가 되어, 자마는 살아가고 있을 거다. 아마도 우리처럼. 

그럼, 자마의 남겨진 삶은 몰락한 걸까? 환생한 걸까? 


- 관객동아리 씨네몽,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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