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오필리아> (2018) - 클레어 맥카시 /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8-03 280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오필리아> (2018) - 감독 클레어 맥카시


금이 간 영롱한 중세의 분청사기를 보는 안타까움




 호주의 여성 감독 ‘클레어 맥카시’의 <오필리아>를 보는 내내 영롱하게 빛나는 환상 속의 중세 분청사기를 보는 듯한 시각적 즐거움에 빠져 너무 행복했다. ‘역시 영화는 시각적 미장센이 첫 번째야’라는 쾌재를 부르며 꽃과 횃불이 멋지게 어울리는 밤 풍경 속에서 햄릿과 오필리아가 사랑을 속삭이는 장면을 보는 것은 몸 전체를 뿌듯하게 하는 행복한 경험이다. 

 아마도 클레어 맥카시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햄릿>보다는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한다. 본인도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이 그림을 보는 것 또한 커다란 수확 중의 하나임이 틀림없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의 연인으로 잠깐 등장하는 오필리아는 복수를 꿈꾸는 햄릿의 실수로 자신의 아버지가 죽게 되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 비운의 여인을 그린 말레이의 그림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꽃들 속에서 맑은 눈빛을 간직하고 누워있는 ‘오필리아’를 보게 되면 아마도 누구나 당당하고 현명하며 사랑스러운 여인을 떠올릴 것이다. 

 클레어 맥카시는 이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위대한 작품에서 전설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오필리아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영화를 본다는 건 ‘이 멋진 창작의 과정’에 참여하여 마치 오필리아가 내 옆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초록빛 정원에 초대받은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와 오필리아 그리고 거트루드의 언니, 이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각색된 새로운 시도와 아름다운 미장센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치 금이 간 멋진 중세의 사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후반부에 접어들어 배역들의 필연적인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들고 긴장감 있는 스토리의 전개가 느슨해지는 부분은 연출력에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떠올리는 오필리아의 대사처럼 기발한 시도와 청징한 미장센의 감각을 지닌 그녀에게 더 멋진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갈매기> (2020) - 김미조 / 글. 해밀 2021-08-04
다음글 <피닉스> (2014) - 크리스티안 페촐트 / 글. 김수예 2021-07-30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