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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2014) - 크리스티안 페촐트 / 글. 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7-30 289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피닉스> (2014) -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


사람은 무엇으로, 그리고 어디쯤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온 여자, 그녀를 수용소에서 견디게 한 힘은 남편 그리고 사랑이었다. 주인공 넬리는 그 모든 것을 회복하고자 한다. 
전쟁의 폭격으로 원래의 얼굴 모습은 잃었지만, 남편과 사랑을 찾아가고 싶다. 
남편의 배신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무엇이 진실일까를 따져볼 겨를이 그녀에겐 아직 없다. 

 사랑을 떠나간 버린 남자는, 성형 수술로 얼굴이 변해버린 아내를 알아보지 못한다. 
자기 아내가, 자신으로부터 유산 상속을 위한 가짜 아내 역할을 의뢰받아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말이다. 
여자는 과거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껴가며 새로운 사랑에 빠진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이상 국가를 건설하고 싶었던 친구 레네는, 삶보다 죽음의 곁으로 떠나가 버리고 만다.

 자신의 정체성이 과거와 현재의 그 중간 어딘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여자의 심적 불안감이 극도로 치달으며, 영화는 절창의 엔딩에 도달한다.
쿠르드 바일의 ‘Speak Low', 시간이 이렇게 긴데, 사랑은 너무 짧아. 늦었어, 그대여 늦었어...’ 여자는 남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다.
하지만 피아노는 반주를 중간에 멈추고, 노래는 끝까지 계속된다. 두 주인공의 눈빛과 표정 연기, 그 먹먹함의 깊이와 농밀함에 흠뻑 빠져들기에 3분 정도의 시간은 길고도 느리다. 
개인적으로, 남편 ‘로날드 제르필드’의 선한 눈빛이 영화의 반전에 한몫을 거든 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독일을 대표하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최신작이자 숨은 걸작, <피닉스>는 2차 대전 직후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적 미로 위에서 새로운 삶(자아)을 찾아가는 과정이 느리지만 박진감 있게 그려지는 매력적인 영화다. 
 <바바라>, <피닉스>, <트랜짓>, <운디네>까지 자기 색깔을 유지하면서 매번 강렬함을 준다는 후문에 감독의 기타 작품에 바짝 구미가 당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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