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메뉴닫기
서브메뉴

관객동아리 리뷰

home > 게시판 > 관객동아리 리뷰

<인트로덕션> (2020) - 감독 홍상수/ 글. 김진실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6-02 435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인트로덕션> (2020) - 감독 홍상수


태연한 매듭짓기, <인트로덕션>





 <인트로덕션>은 많은 대사량보다 적은 몸의 언어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는 지극히 사적인데, 여기서 말하는 '사적'은 말 그대로 '관객이 기대하는 영화적'인 말이 '제거'되었단 의미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인을 만나서 할 수 있는 평이한 대화랄까. 인물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영화의 엄청난 주제와 의미 있는 요소를 발견하는 건, <인트로덕션>엔 적합하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도 당당히 사람들 앞에 서는 인물이나 반대로 어울리는 옷을 입고 쭈뼛거리며 서 있는 인물을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단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영화에서 우리가 매일 소비하고 다시 찾는, 현실에 있을법하지만, 명확히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궤도에 위치한 존재는 <인트로덕션>엔 없다. 

 우린 두 팔을 벌리고, 뚱한 표정으로 진짜 속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그들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상 긴 지루함을 이겨내고 각 에피소드 끝에 등장하는 '포옹'란 몸의 언어를 포착해야 한다. 놓치는 순간, <인트로덕션> 안에서 길을 잃은 채 극장에 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단서를 찾았다고 해도, 몸이 근질근질거릴 수 있다. 영화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건 한순간이니까.) 

 영화는 특정한 공간이나 주요한 사건에서 벗어나 지극히 다를 바 없는 '현실' 속에서 의미 없이 흘러가는 인간의 '현재'를 조명한다. 간호사와의 포옹, 여자 친구와의 포옹, 친구와의 포옹. 세 번의 포옹은 영화 제목 그대로 새로운, 시작, 첫 경험, 첫 관계와 인물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대변한다. 무엇보다 결말이라 말하기 애매한 순간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포옹'으로 구멍이 송송 뚫린 이야기에 끝이 존재했다는 듯, 태연하게 매듭짓는다.

 살면서 접하는 수많은 감정을 누군가에게 안김으로써, 누군가를 안음으로써 숨죽여 해소하는 일. 거짓으로, 진심이 아닌 행위엔 처음부터 비릿하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믿는, 그런 고단한 현실이 늘 현재인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 포옹'은 <인트로덕션>에서 반드시 마지막에 삽입되었어야 할 결말이었다.

 따라서 관객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보는' 일이다. 
영호의 말과 선택에 의미 부여할 필요가 없다. 분석은 물론 대사를 곱씹으며 음미할 이유도 없다. 줄곧 담배만 피우는 인물들의 이해되질 않는 심리나, 어딘가 미묘하게 딱딱하고 민망한 배우들의 연기도 커다란 알약을 삼키듯 억지로 목구멍을 통과하게 놔둬야 한다. "그런 행위를 가짜로 하는 게 죄스럽게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했던 영호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관객에게 그대로 이전되는 순간에도 <인트로덕션>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까.


-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진실
..이 게시물을 블로그/카페로 소스 퍼가기 twitter로 보내기 facebook으로 보내기
이전글 <애플> (2020) - 크리스토스 니코우 / 글. 나란 2021-06-03
다음글 <비커밍 아스트리드> (2018) - 감독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글. 심규문 2021-05-18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