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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2021) - 감독 김종관/ 글. 허회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4-06 381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아무도 없는 곳> (2021) / 김종관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 영화 제목에 사람들은 무엇을 처음 떠올릴까? 나는 ‘사람에 지치고 세상에 치여서 어디 멀리 산속이나 무인도나 좀 사정이 나으면 나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외국으로 떠나는 것’을 떠올렸다.

영화는 조금 허름한 커피숍에서 졸고 있는 여자와 그 맞은편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남자(창석)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소설을 쓴다는 창석과 그 여자는 잠시 후 “들어볼래요?”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는 호응으로 대화를 나눈다. 깨어 있으나 마치 졸고 있는 듯한, 말하고 있으나 말하고 있지 않은 듯이 몽환적이다. 그 여자는 자신과 아들을 먼저 두고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해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후 창석이 만나는 몇 명에 대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외국에서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창석은 소설 출판을 위해 여자 후배를 만난다. 햇볕 좋은 봄날 창석은 찻집에서 오래전 알았던 사진 찍는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으로 일하는 날이라는 바텐더도 마주하게 된다. 모두 누군가 또는 무엇을 상실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도 없는 곳은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내 맘일까?

창석은 오늘도 망설이다가 마치 마음의 빗장을 열듯 덜커덕 소리를 내는 공중전화기의 수화기를 든다.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나 거기로 가면 안 될까? 라는 말을 어렵게 꺼낸다. 남자는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영화는 시종일관 회색빛과 같은 느낌이 든다. 앞서다가 때론 저 멀리 따라오는 음악들도 그 빛을 더 깊게 한다. 강한 자극과 결말을 원한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 고독의 시대에 숲속에 이는 잔잔한 바람을 잠시 마주하고 싶다면, 파릇한 풀잎 위에 누워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저 멀리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본 것처럼 작은 틈, 쉼을 얻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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