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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동아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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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2020) - 감독 정이삭 / 글. 유세종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3-10 495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미나리> (2020) / 정이삭





 알에서 막 부화한 많은 병아리의 암컷과 수컷을 구별해 분리한다. 이후 수컷 병아리를 소각시켜 태운 연기가 굴뚝에서 하늘로 사라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병아리를 어느 정도 키워 인간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용하면 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하여 왜 암수를 구분하는지 이 영화에서 분명하게 말해준다. ‘수컷은 맛이 없고 알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료를 주어가면서 성장시켜봐야 찾는 사람이 없기에 빨리 폐기처분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아빠와 어린 아들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자연환경에서 생명체의 생존에 대한 적응과 진화를 자연선택으로 설명한 다윈, 인간의 정신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한 프로이트, 사회구조를 설명한 마르크스를 통상 근대의 3대 사상가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출연하는 제이콥 가족에게 주어진 환경은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들이 너무 열악하다. 하지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의지, 우연성, 유전인자 등 자연선택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면이 많아 보인다. 자연선택설은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에 적합한 생물이 살아남았다는 적자생존의 논리이고 이렇게 살아남은 생물들은 자손을 거듭 생산하며 그 자손들은 끊임없이 조금씩 더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해나간다. '자연선택'이라는 말은 자연에서 생존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띤다는 뜻이다.

 아들 데이빗은 선천성 심장판막증으로 빨리 뛰면 심장 소리가 커지고 숨이 찬다. 아빠 제이콥과 엄마 모니카에게는 걱정과 근심이고 가족의 흥망성쇠를 바꿀 수도 있는 요인이다. 아빠 제이콥은 한국에서의 힘들고 고생스러운 생활을 극복하고자 미국에 이민을 왔다. 엄마 모니카는 아주 어려서 한국전쟁 중 아버지가 돌아가셔 무남독녀가 되었다. 그래서 모녀만 사는 외로움을 어려서부터 경험함으로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민감하게 가질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무학이신 친정엄마가 당시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 사회에서 딸과 살아가기 위해서 겪었어야 할 궁핍과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궁핍함의 할머니와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압박, 공포, 열등감 등에 의해 감성적인 아픔이 얽힌 아들 데이빗과의 관계에서 갈등의 모습으로 영화 초반에 보인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관람자들이 스스로 추론하게만 했다. 좀 더 친절한 장면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

 이 가족이 한국도 아니고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고 자손들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꼭 필요하지만,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는 미나리의 생존 인자가 있느냐 또한 중요할 것 같다. 제이콥이 10년간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서 부인도 병아리 감별 일을 하게 하였고 은행에 빛을 내서 소규모의 땅을 사고 소 농장을 개척해나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실패의 요인이 성공의 요인보다 더 많았다. 농장 옆에 트레일러로 지은 집에서 이 가족은 살게 된다. 토네이도가 지나가면 이 집은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태풍이 발생했지만, 근처를 비껴갔다. 농사에 필수적인 물 공급이 원활하지도 않다. 가뭄이라도 들면 너무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들 데이빗의 심장판막증이 악화되어 혹 수술이라도 해야 한다면 이 가족은 농장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전임 농장주인은 자살했다고 한다.

 제이콥과 모니카 둘 다 병아리 감별공장에서 일해야 하기에 아들 데이빗과 딸 앤을 양육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모니카의 친정어머니 순자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우측 편마비가 발생하였고 가족들 아무도 없었을 때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한해 수확한 농작물 창고를 모두 전소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래도 희소식은 데이빗의 심장판막이 점차 호전되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 가족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가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순자 할머니가 미국으로 올 때 가방에 가져온 미나리 씨앗이 미국의 작은 농장 어느 물가 둔덕에서 싹을 내 자라나듯이….

 

 

 

- 관객동아리 씨네몽, 유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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