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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2013) -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 글. 미티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3-09 472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이다> (2013) / 파벨 포리코브스키




 <이다>는 1960년 2차대전이 종전된 이후의 폴란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장면으로는 어떤 시대의 어느 나라를 담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지만, 주인공의 서원식을 기점으로 점점 차분하고 불친절하게 현 상황에 대해 나열해준다. 

 

 그렇게 나열된 시대의 파편들을 조합하다 보면 주인공이 하나 남은 유일한 혈육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외면당하기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서원식이란, 그러한 혈육과도 어쩌면 영원한 안녕을 고하는 것이기에 수녀원에서 그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을 허락한다. 로드무비로서 조건을 갖추기 시작하자 영화는 여기서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전쟁이 그러하듯 2차대전에서도 유대인, 집시 등등 많은 민족이 큰 피해를 받고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데에는 폴란드의 어두운 진실이 숨어있는데 전쟁이 끝난 이후 원래 살던 땅으로 돌아올 유대인들에게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을 빼앗길 거로 생각한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잘못을 저지른다. 일부 지역에선 가짜 소문이 나쁜 짓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고 ‘잘못’이 잘못이 아닌 것처럼 여겨져 많은 사람이 이들을 몰아내는데 한마음이 되어 마음속 한편으로 불편한 진실을 숨기게 된다. <이다>는 이 잘못들이 얼마나 말하기 어렵고 드러내기 껄끄러운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 자체에 대사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배경음악이나 다른 음향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 공백을 오롯이 영상과 침묵이 대신하고 있는데 매우 적절한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이 나 하나만 쳐다보는 듯한 불편한 느낌의 앙상하고 길게 뻗은 나무, 어두운 화면에서 등장인물 둘이 침묵한 채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 등 절제된 표현이 흑백의 화면과 어우러져 더욱 영화를 빛나게 한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알게 된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화면비에 관한 것이다. 1.33:1이라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거의 정사각 형태의 나름 고전적인 화면비율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모든 화면이 정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이모 ‘완다’로 나오는 ‘쿠레샤’는 폴란드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이미 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지닌 연기파배우이다. 그래서인지 상영 내내 많은 면을 이끌어가는 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주인공 ‘트셰부호프사카’는 연기를 공부한 적 없는 일반인이었으나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그녀를 본 감독 친구의 추천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하지만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수녀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특히, 보조개가 세 개 들어간 그녀의 미소를 보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들춰내기 어려운 진실을 과하지 않게 묵묵히 보여준 <이다>는 영화 기술적으로도 재밌는 부분이 많고 역사적으로도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게 해주는 요소가 있어서 아주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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