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겨울밤에> (2018) / 장우진
‘겨울밤에‘를 보고 왔다. 오래 머금었던 주제였다. 새삼스럽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궁금해졌다. 더구나 감독은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다, 물론 연기한 배우는 내 또래의 50대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히 자연스러웠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촬영 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애드립을 최대한 허용한다는 대목을 듣기도 했다. 춘천이었다. 겨울에 가면 이쁜 절이라는 청평사,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 같다. 중년의 부부가 삼십 년 만에 이곳을 찾는다. 여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고, 부부는 지나온 길을 되짚어 돌아간다. 여자는 말한다. 자기 것이 그거밖에 없다고, 새로 사면 그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그 여자의 자기의 것, 그것마저 잃어버리고 여자는 달리던 택시를 세우고 내린다. 택시의 깜빡이 소리가 끝나지 않으며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 깜빡이 소리가 내내 귓전에 남아 있다. 영화의 몇 개의 장치가 더 기억난다. 남편과 아내가 한 곳에 찍은, 다른 시점의 발자국의 방향 그리고 온풍기의 붉은 빛이 회전하면서 각자의 얼굴에 흑과 적이 교차하는 민박집의 늦은 밤 숨이 막히는 방 안. 내가 개인적으로 많이 들어봤던 대사, “네가 힘든 건 알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모르겠는’ 게 굳어져 버린 거 같아”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그 남자는 입을 다물었었다. 여자는 대꾸했다. “같이 있으면 행복한 줄 알았어. 그런데 어느 순간 아니더라구 그러면 더는 내가 필요 없잖아” 남자는 대답했다. “필요 있고 없고가 어디 있어, 곁에 있으면 되지” 여자는 중얼거렸다. “외롭더라구,” 젊은 커플과 옛 친구 해란의 등장은 판타지인 듯 현실인 듯, 영화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며 이해와 상상을 돕는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십우도는 개인적으로 억지스러워 보여 거슬렸다. 자기 안에 갇혀서 상대를 끌어당길 때와 자기를 열어두고 상대도 밀어두고 멀찌감치 바라볼 때 그리고 상대나 자신을, 우리를 돌보지 않고 인생이라는 급류에 휩쓸려 갈 때…. 유난히 긴 겨울밤이다. - 글. 영화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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