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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재즈> (1959) - 아람 아바키안, 버트 스턴/ 글. 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9-15 105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한여름밤의 재즈> (1959) - 감독 아람 아바키안, 버트 스턴


명불허전의 연주 현장이 전하는 자유와 여유의 풍요!




 <한여름밤의 재즈>, 원제는 ‘Jazz On A Summer's Day’로 꼭 밤의 재즈는 아닌 것 같다. 이어서 국회도서관 자료 화면을 보니 다큐멘터리이고. 다음 장면엔 로드 아일랜드의 뉴 포트라는 곳에서 열린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이 뜬다. 거기에 ‘루이 암스트롱’과 ‘마할리아 잭슨’의 출연이 명시된다. 벅찬 기대를 하고 이 1958년의 공연 실황 필름의 4K 복원본을 접하게 되었다.

 먼저 지미 쥐프리 트리오 짐 홀의 색소폰 연주(The Train And The River)가 흥겨운 격조로 오프닝을 장식한다. 이어서 텔로니어스 몽크의 스타일리쉬한 피아노 연주(Blue Monk)가 이 낭만적 항구를 수놓는 요트들의 수면 위 유려한 행진과 함께 전달된다. 이 부유한 여유의 공기는 세 번째로 등장한 소니 스팃과 살 살바도어의 색소폰과 기타가 전하는 블루스 재즈 터취(Loose Walk)로도 이어진다. 드디어 등장한 아리따운 여성 싱어, 아니타 오데이. 당당한 목소리로 한 멋진 여성을 찬미하던 첫 곡(Sweet Georgia Brown)을 그보다 더 멋진 스타일로 소화한 후, 다시 알콩달콩한 둘만의 연애 감정을 유머러스한 리듬으로 (Tea for Two) 풀어낸다. 

 이어서 안토니오 야니그로의 첼로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루드의 그 풍성한 깊이를, 특히 후반에는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건져낸다. 조지 셰어링 퀸텟이 흥겨운 퍼큐선의 행진(Rondo)을 계속한다. 디나 워싱턴이 등장하여 매끈 강인의 목소리로 떠나간 남자에 대한 미련을 시원스러운 해학으로 풀어낸다(All Of Me). 게리 멀리건 퀄텟의 연주가 미끄러질 듯한 날렵함으로 그 세련됨을 자랑한다(Mulligan’s Crow, Catch As Catch Can). 빅 마이벨은 그 우람한 체구에 맞는 걸쭉한 목소리로 유흥과 사랑의 흥겨움과 떨림을 박진감 넘치게 전달한다(All Night Long, Ain’t Mad At You).

 첵 베리는 그 율동감 넘치는 목소리와 자세로 설핀 유에스에이(비치 보이스)의 경쾌한 리듬과 곡조를, 여기에 청춘의 풋풋한 연정을 묘사하는 가사(Sweet Little Sixteen)를 붙여 재연한다. 치코 해밀턴 퀸텟이 오묘한 관악과 타악의 조합을 통한 신비스런 풍광을 분위기 넘치게 묘사한다(Blue Sands). 드디어 등장한 루이 암스트롱, 그는 푸근한 거인의 풍모로 다가왔다. 완숙하게 다듬어진 허스키 보이스로 재담과 가창을 운영할 때에도(Up A Lazy River), 그리고 매끈하고 선명한 음색을 트럼펫으로 자아낼 때에도(Tiger Rag, When The Saint Go Marching In), 그의 세상을 포용할 듯한 미소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유머와 통찰로 녹여내는 여유와 성찰을 보이고 있었다(Rockin’ Chair). 

 마지막으로 등장한 마할리아 잭슨의 아름답고 강인한 저음은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성가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히 기독교적 경건함과 충실함 이상의, 어떤 ‘소리로 전하는 미의식’의 한 정점을 구사하고 있었다(Walk All Over God’s Heaven, Didn’t It Rains, The Lord’s Prayer).

 명불허전의 걸작 연속 행진의 기록으로서, 영화는 관람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었다. 어떤 해설이나 연출의 부가 없이, 영화는 이 전설적인 고전적 원천들로부터 간결한 선택과 배열에만 집중하였다. 이 원자료의 내용에는 청중들의 흥분과 만족 가득한 표정도 적잖이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청춘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전하는 무대 아래의 인간 육체와 긍정의 분위기는 무대 위 예외적인 수월성의 ‘재능들’과 결합하여, 우리네 인생이 풍요와 즐거움으로 충만할 수 있음을 예증하고 있었다. 그때그때의 흥취와 소망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의 변주와 일탈을 허용하는 ‘재즈’가 주는 자유와 여유의 풍요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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