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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2021) - 로라 완델/ 글. 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6-07 259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플레이그라운드> (2021) - 감독 로라 완델


우리 사회 내 차별 및 적대 잠재성의 원천에 대한 드라이한 관찰




 <플레이그라운드>의 원제는 ‘un monde’, 불어로 ‘하나의 세계’의 의미가 있다. 첫 장면, 이제 일곱 살을 맞아 학교라는 곳의 정문에서 아빠 손을 놓아야 하는 ‘아이’는, 온전히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듯하다. 몇 번을 다시 뒤로 달려 아빠 품을 찾다가 간신히 이 세계에 입성한 후에도, 함께 들어온 오빠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련하고 외로운 신입인 동생을 돌보기에, 오빠는 자신의 문제로 너무 바쁜 듯하다. 수시로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가해의 대상이 되어 있는 자신의 입지가, 동생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악화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의 접근을 거부한다. 

 한편 하루 단위로 반복되는 이 세계 속에서, 시선과 언어를 주고받으며 ‘아이’는 가까운 짝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 여전히 오빠의 괴로운 생활은 계속되고, 당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 이 상황을 알리게 된다. 이제 어른들의 개입은 이 살벌한 현장의 어두움이 말끔히 걷히도록 단선적인 방향의 효과를 내게 될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이 ‘작은 세계’의 참여자들은 각자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경쟁과 배타 및 혐오의 과잉을 멈추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된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아이들의 이 ‘작은 세계’는 얼마지 않아 어른들의 더욱 치열한 ‘플레이그라운드’로 바뀌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플레이그라운드>의 표현적 태도는 무심함이었다. 기승전결의 체계나 복잡성의 구축, 극적 요소의 효과적 배치 혹은 개입되는 음악 등, 이야기의 적극적 구성을 통한 관객의 주의와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위와 과장이 시도되지 않고 있다. 연출의 의도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잦은 클로즈업의 사용 정도이다. 그 순수함과 투명함으로 자체 완결성을 보이는 일곱 살 여자아이의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근접하는 카메라는, 수시로 커다란 눈망울의 다양한 표정들을 포착해내는데, 이는 그 어떤 극적 장치의 위력보다 크게 보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객은 이 잔인한 ‘세계’ 속의 관찰자, 피해자, 가해자로서 겪게 되는 그 불안과 우울, 공포 및 자기방어 등의 정서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교정의 이 작지만 심각한 역동성에 대한 사실주의적 관찰은, 이내 차별과 적대 및 폭력성으로 점철되는 우리 사회의 본성에 대한 신랄한 내용의 통찰을 얻도록 만들어내고야 만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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