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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2018) - 츠츠미 유키히코/ 글. 나란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2-02-08 274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인어가 잠든 집> (2018) -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





 요즘 들어 부쩍 일본이 부러워지고 있다. 일본 이름 외우기가 영 젬병인데 얼굴은 그나마 구별이 잘 되어 다행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리얼한 얼굴로 다가온다. 현실을 치열하게 혹은 예리하게 파고드는 일본 문학과 영화 덕분인 것 같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남자주인공이 <인어가 잠든 집>에서도 나왔다. 키가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178cm란다. 1971년생. 느끼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쿨해 보이는 남자배우다. 여자배우는 우리나라로 치면 문소리 느낌의 건강하고 씩씩한 여배우다. 1973년생. 일본 드라마 단골 배우라 하니 역시 탄탄한 실력파로 보인다.

 <인어가 잠든 집>에서 남자와 여자는 별거 중이다. 남자는 어디서 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생활만 보여준다. 첨단의료기 회사의 CEO다. 여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산다. 이제껏 본 영화 중 소품이 이렇게 많은 집은 처음 본다. 미니멀의 정반대에 있는 엄마의 세상. 그렇다면 시작부터 불안하다. 

 딸이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친정엄마가 잠시 한눈판 사이 물에 빠진 딸. 의사는 뇌사를 말하고.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어린이들을 상기시킨다. 심장이 이토록 건강하게 뛰고 있는데. 자기를 지켜달라고 움찔 떨고 있는 딸을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부부는 이혼소송을 멈춘다. 별거를 멈추지는 않는 것 같다. 아내는 딸의 소생을 간절히 바라고 남편은 인공 신경을 연구 중인 회사직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인공 신경을 척수에 연결해 손도 움직이고 발도 움직이고 미소도 지어 보인다. 딸은 살아있는가. 살아있다고 믿고 싶은가.

 흥미로운 점은 인간관계를 시작만 하고 깊이 관여하지 않는, 공감 능력 없어 보이는 남자들이 잘 보인다는 점이다.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시작하게 한 남자가 있는데, 그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맛있는 먹방 데이트를 하며 연인 같아 보이는 회사 직원은 여친을 바람맞히면서까지 연구를 지나치게 해서 제2의 아빠가 된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대면하지 않는다. 왜냐고 묻지 않고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쳐서 극단적인 끝을 본인이 만든다. 그사이 남자는 어디에 가 있는가. 아주 흥미로운 지점이다. 

 원작 소설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인어가 잠든 집>의 남자 이야기를 쓸 마음은 없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확실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에 이 남자도 한 꼭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어서다. 한두 캐릭터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거지만 분명 독특한 일본문화의 일면이다. 이건 부럽지 않다. 이걸 드러낸 문학과 영화는 부럽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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