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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2021) - 쥘리아 뒤쿠르노/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12-16 298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티탄> (2021) -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





 올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티탄>은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괴물성은 규범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다. 괴물을 받아 들여준 칸에 감사한다.” 감독의 수상 소감부터가 매우 이색적이다. 영화를 본 대부분 관객의 후기는 “토할 것같이 끔찍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등으로 소름이 끼치는 장면과 난해한 내용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경이롭다. 교통사고로 어려서 몸에 티타늄을 지닌 채 살아가는 소녀가 성인이 되어 자동차와 섹스를 하는 경험 속에서 임신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 몸을 탐하는 인간(남성이든 여성이든)들과 주변인들은 모두 끔찍하고 잔인하게 죽여 버린다. 살인 용의자로 도망 중에 남성으로 위장하고 자신을 어려서 잃어버린 아들로 받아들이는 괴이한 남성을 만나 같이 생활한다. 그러다가 자기 몸이 금속으로 덮여가고 피가 검은 기름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마침내 반인반기계의 아이를 출산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인간과 창조자로서의 신 그리고 기계화되고 금속화된 문명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괴기스러운 살인자를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로 받아들인 응급 구조단체의 책임자는 단체에서 하나님으로 불리는 신적 존재다. 그가 데려온 아들을 단체에서 소개하며 내가 너희들에게 하나님이듯이 나의 아들은 너희에게 예수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혹시 진짜 인간을 창조한 신도 한때 자신을 버리고 에덴동산을 떠나 버린 인간을 찾았을 때, 어쩌면 그 인간은 애초의 창조되었던 모습이 아닌, 영화의 기계화된 문명 속 주인공처럼 괴기스러운 존재로 이미 변해 있지는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여러 차례 “네가 어떠한 존재라 할지라도 넌 나의 아들이야”라며 울부짖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제 아들이란 존재가 새로운 괴물의 생명체를 분만할 때도 직접 아이를 받아내고 안아준다. 

 영화를 보고 한동안의 혼란 상태를 지나 곱씹어 보니 거대한 서사시를 한 편 본 느낌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형태의 동성애적인 표현이나 잔혹한 영상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러한 장면들이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여 분명 오랫동안 기억될 한편의 괴물영화가 탄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책은 도끼다”라는 말처럼 영화도 어떨 때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눈 속으로 달려오는 느낌이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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