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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2021) - 레오 카락스 /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11-12 155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아네트> (2021) - 감독 레오 카락스


아네트…. 비극적 오페라처럼 관객을 엄습하는 영화




 현대 미술의 이슈는 ‘어떤 대상을 표현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표현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가’에 있다고들 한다. 표현의 형식과 방법이 곧 작가 자신이고 이에 대한 공감의 깊이가 작품에 대한 이해라는 의미로 말이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를 보고 나서 잠시의 혼동을 거쳐 바로 이런 현대 미술의 해석 같은 말들이 가장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십여 년 전 파리 퐁네프 다리의 부랑인들이 펼치는 격렬하고 치명적인 사랑을 노래했던 <퐁네프의 연인들>로 많은 관객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레오 카락스 감독. 뮤지컬이라는 뜻밖의 장르로 칸에서 감독상을 거머쥐고 오랜만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슴 부푼 기대를 안게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센강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밝히는 불꽃들의 향연 속에서 사랑의 안무를 강렬하게 보여주던 그의 뮤지컬이라면 할리우드의 <라라랜드>를 뛰어넘는 깊고 웅장한 사랑의 서사시가 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오 카락스는 그렇게 만만하게 관객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 관객은 두 시간 스무 분의 상영시간 동안 무참히 기대감이 무너지고 커다란 당혹스러움으로 영화관을 나서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우리의 가슴을 달구어 왔던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전설적인 뮤지컬들과는 너무나 다른 심지어 괴기스러운 느낌마저 선사하는 특이한 영화가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당혹의 시간이 서서히 가라앉은 후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의 남녀 사이라는 게 어찌 감미로움만으로 가득하던가? 현실 세계의 남녀 사이에는 만남, 결별, 결혼, 이혼, 폭력, 살인, 성공과 좌절, 이런 단어들이 가득한 게 사실 우리의 세상이 아니던가?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작가는 카메라를 세상의 어느 곳에도 비출 수 있고 우리는 카메라를 든 감독의 자세를 지켜보는 데서 큰 의미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과 함께 레오 카락스의 <아네트>는 ‘에드바르 뭉크’의 그림처럼 영화사에 특별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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