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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름> (2020) - 김종재 / 글. 조현철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8-17 326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생각의 여름> (2020) - 감독 김종재


<생각의 여름> 우리 시대 청년들의 무기력과 우울함에 대한 경쾌하고 사실적인 상념 




 문창과를 나와 삼십을 코앞에 두고 있는 '현실'은 다섯 번째 시 공모전 제출을 위한 창작에 매달려있다. 선명히 포착되지 않으려 하는 시상과 그저 뱅뱅 도는 시어들로 방황한 끝에 시가 산으로 갔다고 선언하고서, 우리의 '현실'은 언밸런스한 등산화를 신고서 실제로 '산으로' 간다. 주위의 야산을 오르던 중 마주친 사람은 첫사랑을 뺏어갔던 베프 '주영'이었고, 순하고 겸손한 그녀는 모진 소리 대신 쓴웃음과 억지 칭찬으로 이 어색하고 불편한 고통 유발자와의 조우를 견뎌낸다. 
 
 이어서 그녀는 불만과 우울의 감상을 한바탕 쏟아붓기 위해 술친구 '남희'를 우격다짐으로 불러내어, 서로의 '살아내는' 이야기를 품위 없이 가식 없이 풀어낸다. 찌질하다며 이 로맨스 무관의 남친을 이탈한 후 귀갓길에 마주친 선배에게 자신의 시를 보여주자, 그는 시와 자신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훈장질을 한다. 이제 그녀가 마지막으로 대면해야 하는 화상은, 최근 자신을 뽑기 인형과 함께 버리고 간 직전 남친 '민규'이다. 이 인간은 초라하고 외로운 전 여친의 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의 여름>은 인생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무척이나 현실적인 모습을, '잡념의 나열'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활용하는 대신, 불만스럽고 비루한 일상의 잡다한 모습들을 다소 산만하게 그저 전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인상적인 이야기와 강력한 메시지 대신에, 삶의 양상에 대해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의 힘을 얻게 되었다. 

 기득권 체제로의 연착륙을 거부당하고 소소한 일상의 요소들을 견뎌내도록 요구받고 있는 우리 시대 평범한 청년들의 무기력과 우울을, "생각의 여름"은 '생각' 많은 인생의 '여름'을 묘사함으로써 대표해보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그 무기력과 우울의 자장에서 한창 벗어나 있다. 영화의 대사는 젊은이의 감성과 의식을 전하는 사실적 경쾌함으로 가득하고, 주인공의 일상 모습을 전하는 세트는 아기자기한 현실성을 내보이며, 카메라는 이것들을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비추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현실'의 캐릭터는 주변의 그 어떤 청춘도 갖추고 있을 법한  평범한 현실성을 보이면서도, 귀염성과 속 깊음, 그리고 긍정성의 성격을 발하며 간단히 잊히지 않을 매력으로 스크린에서 '살고' 있었다. 여기에 '황인찬' 시인의 시 5편과 '산울림'의 나지막이 읊조리는 포크송이, 이 여름날의 잡스러운 일상들에 대해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라며 관객을 관조하게 한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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