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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2019) - 필리포 메네게티 / 글. 심규문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1-08-11 315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우리, 둘> (2019) - 감독 필리포 메네게티


2021년을 빛내는 마스터피스의 탄생




 “십 년을 입어도 일 년을 입은 듯한, 일 년을 입어도 십 년을 입은 듯한….” 오래전 상당한 히트를 했던 남성복 광고의 카피이다. <우리 둘>은 이처럼 ‘한 번을 보아도 열 번을 본 듯한, 열 번을 보아도 한 번을 본 듯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푹 젖어 들어가 끝나지 않고 이대로 아주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한다. 작은 공간에서 몇 명의 등장인물이 조용하게 이끌어가지만 지루함 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묘한 긴장감 속에서 신선함과 정제된 자태를 드러낸다. 한마디로 2021년을 빛내는 마스터피스의 탄생이다.

 이런 짜릿한 작품이 ‘필리포 메네게티’라는 프랑스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게 놀랍기만 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사는 레즈비언으로 열연하는 바바라 슈코바(니나)와 마틴 슈발리에(마도)의 연기도 숨결이 느껴지는 명품이다. 어쩌면 이런 신선함과 정교함은 16살 때까지 영화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서른에야 단편영화를 처음 찍었다는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이기에 더욱 가능할 수도 있었단 생각이다. (정서의 정규 조기 교육이란 실로 얼마나 기대 불능의 일인가?,,,) 정제와 균형 속에 드러내지 않고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색조감과 음색, 그리고 사물들과 사람의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조화는 어설픈 모방으로는 흉내 내기 어려운 것들임이 분명하다. 이미 골든글러브를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과 후보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프랑스 영화를 이끌어가는 대가로 성장하길 맘껏 기대해본다. 

 영화는 동성애란 위험한 사랑을 배경으로 중간중간 자그마한 공간과 사물에 깊은 시선을 오래 머무르며 관객들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감들이 쌓여 두 주인공의 얼굴에 주름과 함께 배어 있는 보편의 단어인 ‘사랑’을 읽어나가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세상에 예술과 문학이 그리고 영화가 존재하는 의의는 결국 ‘사랑을 믿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훈훈하다.


- 관객동아리 씨네몽, 심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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