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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 셀린 시아마 / 글. 김수예

작성자 등록일 조회수
전주영화제작소 2020-10-22 412
[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개봉작 리뷰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 / 셀린 시아마




캔버스에 목탄이 지나간다.
윤곽선을 먼저, 다음은 실루엣…. 제자들을 가르친다.
"그림에는 규칙과 관습과 이념이 있어요", 
"생명력과 존재감은 없나요?“

서로를 알고 포즈를 취해주며 그린 초상화와 몰래 관찰하고 그린 그림은 달랐다
"당신은 당황했을 때 입술을 깨물어요, 화가 나면 눈을 깜빡이지 않지요."
"당신이 당황했을 땐 입으로 숨을 쉬고 화가 나면 눈썹을 움직이지요, 할 말이 없으면 이마를 만져요." 
사랑이란 서로의 느낌을 보살피는 것

백작 부인이 집을 비운 오 일, 화가와 하녀와 아가씨는 진정한 세 자매였다. 아가씨는 요리를 하고, 화가가 와인을 따르고, 하녀는 탁자에 앉아 수를 놓으며 식사를 기다렸다.
공감하고 이해해서였을까?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세대로서, 억압받는 자들로서?

이러한 평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옮아간다. 그리고 함께 예술(초상화)을 완성해 간다.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읽고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하녀는 '남편이 약속을 깨고 왜 돌아보았는지' 분노했다, 아가씨는 '사랑이 무슨 죄가 되겠느냐?'고 물었다, 화가는 '연인이 아닌 시인의 선택'이었다고 보았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수할 것인지,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두 연인은 사랑의 순간을 후회하지 않고, 기억하기로 했다. 실화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밀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력, 숨죽이게 했다. 애정 선의 직접적 표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오히려 흐름에 방해가 되고 사족처럼 느껴졌다.

수년 후 화가는 당시의 관습대로, 아버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연다. 그리고 음악회에서 아가씨를 보게 된다.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관현악을 듣는 듯했다, 혼자서 비발디의 '여름' 3악장의 불같은 폭풍을 들으며, 오열은 희미한 미소로 번져가고 있었다
만약 우리에게 기억이 영원하다면, 우리는 매번 사랑의 순간을 살 수 있을까?
18세기 후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시점 여전히 유효한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섬세하고 고요해서 사랑의 먹먹함을 더잘 표현하는 응시의 시선, 사랑에 빠지는 이유 그리고 그 혼란과 낭만의 과정이 주는 의외의 긴장감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정해진 삶의 길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세 여인의 이야기, 외딴 저택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들에 대비되는 확 트인 바닷가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겠어요?"


- 글. 영화동아리 씨네몽 김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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